Neotopia '합의의 기술'을 위한 모색, 일상 민주주의(Everyday Democracy)의 구현

2017.06.27 11:01

'합의의 기술'을 위한 모색, 일상 민주주의(Everyday Democracy)의 구현


이탈리아는 2014년 한 해 동안만 약 4만 5천 명의 청년들이 국가를 떠났다. 갈등관리의 실패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남부는 수많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기업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노사갈등, 계층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이탈리아가 갈등관리에 실패한다면 저성장의 늪에서 결코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독일의 사례는 갈등 관리에 있어 보다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독일은 통일 이후 실업률과 복지비용이 증가하면서 재정위기를 겪게 되었고 이에 따라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ӧder) 전 독일 총리는 ‘아젠다(Agenda) 2010’을 추진하였다. ‘아젠다 2010’은 실업수당을 줄여 실업자의 구직노력을 촉진하고 건강보험과 연금을 축소하는 개혁안으로서 이로 인해 극심한 사회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슈뢰더 전 총리의 사회민주당 대변인은 격렬했던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합의의 기술로 ‘미디어 토론’을 꼽았다. 전국에 걸쳐 TV 토론회를 개최하고, 정책안에 따라서는 11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서는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엄격한 규칙이 정해져 있었다. 첫째는 합의한 내용만 채택할 것. 둘째는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쟁점화하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그들이 만든 규칙이다. 독일은 이처럼 투명성, 연속성 등 다양한 '합의의 기술'을 통해 갈등을 사회에너지로 바꾸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관리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합의의 기술', 그렇다면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란 공정한 자원분배를 위해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가 바람직한 자원 분배로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의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노동자와 CEO 간의 임금 격차는 300배에 달한다고 한다. 노동자의 임금이 10% 인상되는 동안 CEO의 임금은 1,00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경제시스템을 만든 정치권에 사람들의 분노와 불신이 쏟아지고 있다. 아래 [그림 1]을 보면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The World Top Income Database·WTI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에 달하였고, 이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고 전 세계 주요국가 중 미국(47.8%)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그림 1]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자료 출처: The World Top Income Database)


서울대 류근관 교수(경제학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정부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문제는 곧 세대간, 집단간, 지역간 모든 이해관계를 둘러싼 분열을 일으키고 내부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정부 비리 문제와 맞물리면서 청년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내부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의 무려 27%를 갈등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국가 전체를 보면 최소 82조 원에서 최대 약 246조 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갈등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연구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갈등관리 역량은 OECD 최하위에 속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림 2] 갈등 관리 역량 OECD 최하위권 대한민국(자료 출처: KBS 명견만리 “합의의 기술” (2016.04.15.)


독일의 사례로 미루어볼 때, ‘합의의 기술’, 즉 갈등관리의 핵심은 결국 소통, 토론을 통해 서로간의 다른 견해를 듣고 의견을 좁혀나가는 과정, 즉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려대 이준일 교수(법학과)는 한국의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정당 구조를 깨고 다양한 이념과 생각을 지닌 여러 정당들이 나타나 서로 경쟁과 협력을 할 때, 비로소 한국 정치가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6년 스웨덴과 독일 등에서 먼저 탄생한 ‘해적당’은 기본적으로 기존 정당질서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으로 시작되었다. 김면희, 장준호에 따르면 해적당은 기존 정당과 다른 정치문화와 색다른 정치적 목적을 표방하면서 선거공간을 통해 유권자를 설득하고 지지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2012) 해적당의 기원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권법에 맞서 지적재산권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출발하였다.(Demker, 19) 이후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여러 나라에 해적당이 창당되었고, 곧 2010년 4월 벨기에 브뤼셀을 중앙당사로 국제 해적당(Pirate party International)이 공식적으로 창립하였다. 국제 해적당은 현재 독일, 폴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덴마크, 핀란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를 포함하여 총 22개국의 회원 정당으로 이루어져있다.

(공식 홈페이지: 국제 해적당 www.pp-international.net, 스웨덴 해적당 http://www.piratpartiet.se)


해적당에 대한 지지의 기반에는 ‘온라인 의사결정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해적당이 운영하는 해당 웹사이트에는 후보 선출, 정책 결정, 토론 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적당 지지자들은 선거 때에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것이 정치에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 기성 정치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를 원했던 시민들은 해적당원들에게 견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이슬란드대 정치학자 에바 헤이다 왼뉘도티르(Eva Heiða Önnudóttir)는 “당시 해적당의 득표는 기성체제에 대한 저항의 분출이었지만, 3년 뒤인 지금(당시 2015년) 해적당은 명백히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략) 사람들은 새로운 민주주의와 투명성 강화라는 그들의 주장에 진지하게 빠져들고 있다.”며 해적당의 약진에 대해 설명했다. 해적당은 정치적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무제한적인 참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의 무제한 보장, 직접민주주의 등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자유주의 가치를 옹호하는 당이다.

[그림 3] 아이슬란드 해적당


한국의 사례로, <우리미래당>은 평균연령 만 27세, 당 대표는 32세로서 올해 3월 5일 창당 신청을 완료한 최연소 정당이다. 우리미래당은 창립선언문에서 “불안과 불평등으로 폭주하는 낡은 체제의 엔진을 반드시 바꾸겠다”며 “‘삼포세대’는 우리의 이름이 아니고 ‘흙수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며, ‘헬조선’은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청년들로 이루어진 역사상 가장 젊은 정당인 우리미래당은 “청년이 대한민국을 경영해 특권 없는 젊은 정치에 도전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2-30대 청년 비율은 유권자의 30%이다. <우리미래당>은 기득권 정당 구조를 깨고 청년을 위한 정치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며 창당하였다.


[그림 4] 대한민국 2-30대 청년들로 이루어진 우리미래당


한국의 정당정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기득권 정당들을 각성시키고 시민의 목소리를 중앙 정치에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일상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온라인 광장을 운영 중인 빠띠(Parti) 집단이 있다. 이들은 시민주도의 유쾌한 민주주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독립적인 개발자 집단이다. 해당 웹 플랫폼은 시민이 힘을 모아 사회 이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온라인 광장을 제공하고 소통의 창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우주당'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이 만드는 정치개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우주당은 정당 중심의, 혹은 특정 인물 중심의 정치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주인이다'라는 의미의 시민의식을 고취하고 시민 중심의 일상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하는 온라인 광장이다.


[그림 5] 직접 민주주의 프로젝트 정당 ‘우주당’(출처: 우주당 http://wouldyouparty.org)


이외에도 최근 다양한 일상 민주주의 관련 온라인 플랫폼이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등장하고 있다. ‘해보지, 뭐.’는 SNS 기반 새로운 집회 시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를 기획하고 직접 시도해보는 모임이다. 그들의 모토는 “‘매력적인 삶의 방식'으로서 새로운 집회 시위를 기획하자."이다. 그들은 "한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집결된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분산되어 있지만 아주 넓게 연결된 일상의 힘, 연결된 생각의 힘, 연결된 지혜의 힘, 연결된 의사결정의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건 어떨까? 출발은 사람들끼리 언제 어디서나 둘러앉아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작지만 열린 모임들을 누구든지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곳에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분산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힘을 어떻게 보여줄까? 그리고 그 힘을 어떻게 함께 공유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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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N명의 사회혁신가, 'N명들: 퇴근하고 정치합니다.'

(출처:https://www.facebook.com/innovatorsN/)


‘N명들: 퇴근하고 정치합니다.’는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우리가 말하고 우리가 만든다”를 모토로 시작되어 ‘누구나 사회혁신가’이며, 권력의 교체를 넘어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경험하기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커뮤니티이다. 해당 모임에는 일상에서 정치한다는 것을 고민하는 모든 '개인'들이 참여한다. 최근 모임에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로 긴 겨울을 보내며 퇴근하고 정치 실험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해보지, 뭐.’ 대표 홍진아, ‘N명의 사회혁신가’ 대표 한상엽, ‘박근핵닷컴’ 강윤모가 참여하였다. 한상엽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고민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사회혁신가’라고 부르고 그 선언을 하는 시국선언문 작업을 했다. 업무에서 사용하는 툴을 활용해 크라우드소싱으로 함께 작업하고, 데이터분석을 사용해 그 이후 작업들을 기획하였다. 피스컬노트(FiscalNote) 한국지사장 강윤모는 대통령 탄핵안에 투표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주권자의 의사를 직접 메일을 발송하고 의견을 확인하는 온라인 서비스로 535만뷰를 기록했다. 이후 정책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 매칭율을 확인할 수 있는 ‘누드대통령’ 서비스를 만들었고 70만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다. 홍진아는 현재 빠띠(Parti)와 진저티프로젝트에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활동중이다.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N명들:퇴근하고 정치합니다.’ https://www.facebook.com/innovatorsN)


우리나라는 국민 10명 중 9명이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하는 사회이다. 서울대 이재열 교수(사회학과)에 따르면 '합의의 기술'이 갈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갈등을 완벽히 피하기는 어렵지만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소통의 노력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갈등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분열된 사회를 '합의의 기술'로 잘 봉합해야 경제도 다시 살아나고 나라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한 정당의 대표였던 유시민은 정의롭고 바람직한 국가가 무엇인지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게 행동하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2017) 이러한 바람직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공론의 장과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시민들이 정책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집행할 수 있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일상의 삶 속에서의 민주주의는 온라인 소통을 통해 손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일상의 온·오프라인 정치 참여가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합의'점에 다다를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발현이 되고 바람직한 국가를 우리 모두가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역시 일상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온·오프라인 광장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시민 참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온라인 플랫폼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해야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면회, &장준호. (2012). 해적당의 등장과 정당체제의 변화. EU 연구, 141-171.

온라인을 통한 정부-국민 간 소통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문화체육관광부, 발간자료. 2010.11.25.

유시민. (2017). 국가란 무엇인가. 서울: 돌베개 출판.

Demker, M. (2008). A New Era of Party Politics in a Globalised World. The Concept of Virtue Parties. QoG Working Paper Series, 2008(2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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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