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opia지속가능성에 대한 모색과 상상, ‘연대(solidarity)의 경제’

2017.06.25 23:02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색과 상상, ‘연대(solidarity)의 경제’


연대의 경제가 지역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성-운영되는 지를 상상하는, '(다시 그리는) 연대 경제 드로잉'
출처: 캐롤라인 울랜드 (RE) DRAWING THE ECONOMY
http://carolinewoolard.com/project/redrawing-economy/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게 배제 당하는 경험을 겪게 되면, 뇌에서는 신체에 아픔을 당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동일하게 반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1] 사람은 관계의 단절을 신체적 고통과 동일하다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람들 속에 포함되려는 강한 동기가 있음을 설명한다.


늘 누군가와 닿아 있으려는 인간의 시도는 숱한 발명을 낳았다. 이 글에 열거하지 않은 수많은 도구와 기술은 실시간으로 무수히 많은 대상과 접속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도 하지만, 나아가 특정 환경 혹은 상황과의 끊김 없는 접속을 가능하게 한다. 개인의 관심을 어디라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메시지를 ‘공유’하고 ‘리트윗’하며 말을 들어주는 도구가 되어, 우리를 ‘혼자’가 되지 않게 한다. 이와 같은 연결은 양가적인 측면을 가진다. 하나는 오늘날 사이버스페이스가 가지는 ‘증상적 연결’로써 개인을 더욱 고립되게 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를 ‘연결되었지만 외롭게 한다[2]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들의 결속을 더욱 곤고히 만든다는 점에서 적극적 연결의 도구로 기능한다는 측면이다. 오늘은 후자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과거 삼삼오오 모여들어 소식을 주고받았던 우물가, 사랑방, 그리고 빨래터와 같은 공유공간(common ground)은 정서적 공동체가 형성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자신이 속한 공간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보통 마을을 단위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위급 상황에서) 가장 결속력을 발휘하는 공동체가 지역에서부터 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아파트를 위시한 개별공간이 확장되면서 물리적 개념의 공유지는 대거 삭제되었다. 물리적 공간을 잃음과 동시에 거처를 잃은 정서적 결속에 대한 욕구는 공간∙형식의 변화를 거쳐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형성해 나가게 된다.


새로운 형태의 마을은 온·오프라인을 넘어 취향과 삶의 방식/가치관을 주요하게 생각하는, 일명 ‘취향 공동체‘[3]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띈다. ‘취향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가시관을 바탕으로 하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타집단에 비해 유연함이 높다. 우선 온라인을 중심으로 ‘취향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이러한 커뮤니티는 이후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결속력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소통이 가상 공간에서부터 실제 공간으로 확산되며 이를 동의하는 이들의 커뮤니티를 더욱 곤고히 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취향 공동체’는 전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적극적 플랫폼으로 이용하며 성장해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셜미디어는 생산자라기보단 배포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자체가 사람들의 주요 활동영역에 자리잡으면서 소셜 콘텐츠 자체는 지금을 다루는 생방송 뉴스이자 결정적 아카이브가 되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전하는 개별의 뉴스 생산자가 되어 가치확산의 플랫폼으로 모여들기 유용한 구조를 형성가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관심사를 주로 하지만 시의적인 사건과 관심사에 가까울수록 이슈의 재생산과 확대가 실시간으로, 규모감을 갖고 동시에 논의될 수 있는 미디어의 사용 형태와 이러한 움직임의 조직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면에서, 이는 연극적 개념소비, 극한에 다다른 사람들의 플랜Z형 교류방식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초를 달리는 피드들이 실시간으로 일상에 개입하는 초연결사회에 익숙해지며,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경제활동의 형태 역시 급격히 변해가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와이파이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족’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전세계적인 저성장으로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여 소비 비용을 줄이거나 추가 소득원을 늘이는 방식의 소비형태는 공유를 통한 가치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공동체 경제, 시민경제, 사회적 경제를 통틀어 ‘연대의 경제’로 볼 수 있는 대안적 형태의 경제 방식 확산과 맥을 함께한다.[4] 연대의 경제는 지금 처음 다뤄지는 개념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시대에 더욱 이와 같은 경제방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다.[5]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즉 경제적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인간이 되길 촉구한다.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이다. 시장경제는 개인의 풍요에 중심 가치를 둔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이윤추구를 이끌었고 ‘좀 더 좋은 집과 좀 더 좋은 차’로 대변되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증명하는 삶의 풍토를 확산시켰다. 소비로 증명되는 삶은 자신이 소유한 것을 타인과의 비교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저해하는 기저가 되기도 한다. 일찍이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세계적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소득불평등에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으나[6],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실행안들은 여전히 ‘경쟁력’과 ‘효율성’ 중심으로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이 직면한 불평등의 문제를 커버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연대의 경제’에서는 개인들이 소비사회의 영향에 노출되면서 거대한 자본 앞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뢰와 정서적 연대에 기초한 시민경제에 집중한다. 연대의 경제는 국가적, 지역적 규제를 실행하거나 혹은 이러한 규제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집합적 행동에서 발생한다. 애초에 시민경제와 공유경제는 ‘시장경제’의 기준에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교환이 성립된다. 이를테면 시장은 파이를 키우지만, 연대는 그 파이 조각을 나누어 주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발휘된다. 이처럼 연대의 경제에서 주목하는 가치는 ‘호모 레시푸로칸’(Homo reciprocans), 즉 상호적 인간을 상정한다. 사회적 결속이 경제적 삶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와 같은 믿음은 공감과 연대, 나눔과 협력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과 닿아있다.


‘연대의 경제’는 유토피아처럼 논해지는 자본주의 체제의 안티테제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내에서 ‘관계재’를 중심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며 작동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의 저자 루이지노 브루니와 스테파노 자마니는 시장 동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로잡아 공동선을 위한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수혜자의 역량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회·경제 복지 프로그램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창했다.[7]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적 약자들과 긴밀히 연대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기반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이보다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참여와 경제적 원칙이 적용되는 커뮤니티의 형성을 중시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연대의 경제’가 ‘취향 공동체’와 조우하며 경제의 선순환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취향 공동체’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가치 소비를 위해 직접 생산자가 되고 동시에 자신의 뜻과 부합한 또다른 생산자의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참여하며 서로가 서로의 이해당사자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적극적 참여자의 규모가 커지는 경우, 협동조합의 역할로 기능하여 또 다른 소비시장을 창출해낸다. 비화폐자원의 교류를 통해 시장자원의 교환을 이끌어내는 움직임은 과거 마을단위에서 작동하던 자급자족(혹은 공동체 살림)과 유사한 모습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선순환 경제를 원하는 지향하며 물리적 거리를 초월하는 온라인을 넘어, 다시, 오프라인 공동체를 형성해간다는 점도 새로운 양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예는 현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금융의 측면에서 예를 들어 보자면, 15세기 이탈리아 중세와 수도원 문화에서 시작된, 최초의 윤리/사회적 은행이라 불리는 몬테 디 피에타(Monti di pieta)와 같이 공동체 내에서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공동체 은행 빈고(https://bingobank.org/)와 맡기거나 빌릴 때 이자를 물지 않는 스페인의 대안화폐 WIR(독일어로 ‘우리’라는 뜻이며 통화이름임과 동시에 경제집단을 의미)[8]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화폐는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되는 암호화된 다수의 화폐-경제로 확산되며 이목을 끌고 있다.(물론 향후 어떤 방식으로 확산,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음식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https://www.facebook.com/pg/marchewithseoul/)처럼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나, 도시의 버려진 공간을 거점으로 업사이클링 공방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 생산 공간으로 기능해온 비빌기지(http://bibil.org), 그리고 축제-문화-사람의 유기적 매개로 지역을 다시 읽게 하는 신촌대학교(http://cafe.naver.com/sinchonuniversity) 역시 기존의 시장경제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연대적 경제’가 작용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이러한 활동들을 콘텐츠화 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교육, 조직적 연계를 통해 경제/정치적 힘을 강화하는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연대 뉴욕시’(Solidarity NYC)를 꼽을 수 있다. ‘연대 뉴욕시’는 뉴욕의 협동조합들을 카테고리별로 맵핑하여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벤트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서로를 필요로 하는 커뮤니티와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 플랫폼(Solidarity NYC http://solidaritynyc.org)이다. 이는 연대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조직된 활동가와 학자들의 연합으로 운영되어 지역 사회의 필요를 효과적으로 조직화하고 실현시키는 데 앞장선다. 뉴욕시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와 문화 활동가,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설립된 뉴욕시 부동산 투자 협동 조합(NYC Real Estate Investment Cooperative http://nycreic.com/)의 활동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공동의 부동산을 취득하여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함께 일하고/공유하는 공간으로서의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자들을 모집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적 활동을 위해 필요한 공유지를 마련하기 위한 이와 같은 활동은 금융 전문가, 도시 설계자, 큐레이터, 변호사 등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매달 회의를 거쳐 안건을 이행한다. 이처럼 각각의 사례들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욱 그 연결이 곤고해지고 유연함이 강화되는 동시에 실행력은 즉각적-적극적 양상으로 발전해간 사례라 볼 수 있다.


연대는 자발적인 실천의 동력에 기반하지 않고는 지속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자발적 실천은 데이터의 활용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지금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상상을 요한다. 이는 우리가 ‘개별로서의 ‘시민’으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주목해야 하는 ‘공통적 감각’을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연장선이기도 하다.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비화폐자원, 비시장자원으로 여겨지는 관계재가 결국 시장자원과 맞닿아 어떤 움직임으로 생산되는지를 더욱 정교하고 적확하게 분석하는 적극적 도구로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기술이 기반되는 ‘연대의 경제’가 시장의 영역을 넘어서, 경제와 정치(즉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지금)의 균형잡힌 관계로 나아가도록 공동의 목소리의 확산을 이어주는 다리로 기능하는 동시에 ‘생활의 공공영역’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여전히 오작동되는 틈을 메워주기를 바란다.



글 / 아트센터 나비 학예팀 안성은



[1] 최인철, 「상황 심리 프로젝트: 인간의 두 얼굴」, EBS, 2009

[2] 쉐리터클, 「연결되었지만, 외롭다?」, TED강연, 2012

[3] 일반적으로 ‘취향 공동체’는 해쉬태그(#)를 통해 소비되는 세대를 일컫는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중심으로 가치소비, 연대적 경제를 형성해나가는 양상으로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공동체 경제를 함께 지지하고 형성해가는 ‘가치 공동체(커뮤니티)’의 측면에서 읽고자 한다.

[4] 국가와 시장이라는 이원화된 요소로 사회를 읽었던 산업사회의 모형에서 벗어나, 이외의 제3부문(제3섹터)에 대한 경제영역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말로 1980년대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유럽이나 북미권에서는 시민사회조직 혹은 비영리조직과 관련된 말로 사용하기도 했다.

[5] 이와 관련해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이 함께 논의하게 된다. 그는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연구에서 경제개발의 목표가 물질적 부의 증대가 아닌, 개인의 역량(행복, 가치, 지향점 등) 증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2013

이와 관련하여 ‘그림으로 보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21세기 자본 3분 요약’을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2015년, 피케티는 ‘부의 불평등’에 대한 공식에 포함된 오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수정 가설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주요하게 짚을 점은 ‘부의 불평등’이 현 자본주의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본 글에서 소개한다는 점을 명시한다.

- ‘그림으로 보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21세기 자본 3분 요약’: https://youtu.be/mWnrK2fVXoI

: 빌게이츠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쓴 서평 중 일부

http://newspeppermint.com/2014/10/20/why-inequality-matters-capital-in-21st-century/

1. 불평등이 심해지면 경제적 동기부여가 훼손되고, 민주주의가 소수 권력자의 이득을 위해 기울게 되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이상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2. 자본주의는 불평등 심화를 자기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 즉 부의 집중은 만약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게 된다.
3. 정부는 결심만 한다면, 그 눈덩이 효과를 상쇄시킬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7] 조계완, 「인간적 관계에 바탕한 시민경제가 행복 생산」, 한겨레, 2017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68068.html

[8] 문진수, 「이자 없는 은행, 봉사하는 화폐를 아시나요?」, 오마이뉴스, 201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95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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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