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topia선물(Gift)와 자본주의

2017.06.19 01:47

자본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나?

일반적으로 자본자의란 “각 개인이 개인에 속한 재산이 있고, 이를 보장해 주는 체제”. 혹은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사회 구성원의 양도 불가능한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사회를 말한다”.

재회의 매매, 양도, 소비 및 이윤의 처분에 대한 결정이 개인에게 일임한 것이 기 때문에 사적 소유권이 가장 중요한 권리인 경제체제이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길다. 농업의 생산과 함께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가 존재해 왔고, 고대 부터 자본주의적 특징을 보이는 조직이 존재했다는 점. 9세기 이슬람에서 상업 자본주의가 나타났으며, 현재의 자본주의는 16세기 부터 19세기까지 서양에서 발전하여 거의 모든 국가의 지배적인 사회 구성 원리로 자리잡았다.


증여론 책 표지


특히 사적 소유권이라는 측면에서,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금하는 공산주의에서도 개인에게 속한 재화라는 측면은 존재해 왔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는 고대 이래로 인간 본성에 근거한 근본적인 체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는 그의 저서 “증여론(Essai sur le don)”에서 자본주의적 시선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 “선물 경제(Gift Economy)”의 존재를 밝혀냈다.













인디언 부족민 모습

선물경제에서는 주는것(Giving)과 돌봄(Care)을 핵심가치이자 사회적 힘의 원천으로 여기며, 선물(Gift)를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서로 화합하고 사회를 존속시킨다.


그는 자본주의의 영향이 적은 원시부족들의 생활상을 통해 선물경제의 의미를 발굴하였다.


이른바 포틀레치(Potlatch), 치누크 인디언 말로 “식사를 제공하다”, 혹은 “소비하다”라는 뜻의 이 말은 북미 북서부 해안에 사는 부족이 겨울동안 이웃 부족을 서로 방문하며 축제를 벌이며 축적된 부를 아낌없이 소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부족의 추장은 결혼식, 성인식, 제사 등 다양한 의식을 개최할 때마다 부족민과 이웃 부족을 초대하여 최대한 많이 먹이고, 선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포틀레치 장면


추장은 포틀레치를 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주지 않으면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를 받는 다른 추장은 받아야 하는 의무도 있었다. 만일 답례가 부담스러워 포틀레치를 거부하면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답례해야 하는 의무도 있었는데, 답례는 반드시 받은것보다 더 많이 주어야 했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재화가 낭비되었으며, 심지어 답례를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선물을 불태우는 파괴의 포틀레치까지 성행하게 되었다.




또다른 사례로, 폴리네시아 트로브리얀드 군도에서는 “쿨라”라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풍습에서는 “음왈리”라는 팔찌와 “술라바”라는 목걸이를 군도내에서 끊임없이 선물로 주고 받는다. A마을의 팔찌는 B마을 C마을 D마을을 거쳐 다시 A마을로, 그리고 목걸이는 그 반대 방향으로 순환하며 계속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다.

음왈리
술라바

모스는 포틀레치와 쿨라를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교역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협력과 경쟁을 하는 합리적인 행동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이 합리성은 인간이 가진 고대 증여제의 잔제이며 화폐가 없는 사회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인류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았다. 그는 인디언과 폴리네시아 뿐 아니라 로마, 힌두, 게르만,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으면, 농민들이 유민화 되어 한양도성으로 몰려들어 성밖에 노숙을 하곤 했다고 한다. 끼내때가 되면 성안의 부자들이 떡을 부쳐 달구지에 싫고 와서는 “아무개 댁의 적선이요!”라고 외치며 굶주린 유민들에게 나누어주던 “빈자공덕”이라는 풍습이 존재했다.

이들에게 나누어 주던 부침떡(부침개)의 흔적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부침개의 이름 “빈대떡”에 남아 현재에 전해지고 있다.




교환경제는 무사무욕한 퍼주기는 아니다. 이들은 선물에 의미를 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가치체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집단간 긴장을 해소하는 법을 창조한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화폐로는 표현되지 않는 선의와 인심이 이 사회에 존재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것의 의미를 애써 무시하고 자본주의의 합리성을 맹신하고 이를 인간본성의 유일한 표현방식인양 생각해 왔다.

하지만, 모스는 인간이 대가없는 선물을 통해서 관계를 증진시킴을 드러내어 자본주의가 가진 비인간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화폐로 표현하고자 하는 등가교환의 원칙은 부의집중, 환경파괴, 도덕적 해이 등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포틀레치 속에서의 개인은 현대인들 보다 덜 가혹하고, 덜 근엄하고, 덜인색하고, 덜 이기적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선물경제는 각박한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완하는 이론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


모스의 연구와 주장은 1950년대 스탈린식 사회주의에 실망한 유럽 좌파 지식인들에게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으며, 현재는 신자유주의 반대 논리를 제공하는 한편, 인터넷을 통한 협력과 공유에 대한 이론적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Wiki. Github, Open Source S/W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개인이 명예를 얻는 방식은 놀랍게도 포틀레치와 닮아있다. 인터넷에서 이들 "네임드"의 활동은 반드시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이들의 헌신은 집단내 지위를 얻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본주의적 시각에서는 이들이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게되는 낮은 보상의 관계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물경제적 방식으로 이들을 본다면 매우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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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준

정연준입니다.